디지털이해

AI는 도구가 아닌 동료

대표행정사 윤춘근 2025. 9. 30. 09:39

망원경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, 사람들은 그저 멀리 보는 장치라 여겼다.
항해자는 그것으로 바다의 길을 조금 더 안전하게 살폈고, 군인은 적의 움직임을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다.
편리한 도구, 그 이상은 아니었다.

 

그러나 갈릴레오는 같은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.
그의 눈에 비친 달은 매끈한 구체가 아니었다. 상처 난 흙과 울퉁불퉁한 산맥이 거기에 있었다.
목성은 고독하게 떠 있지 않았다. 작은 위성들이 그 곁을 돌고 있었다.


우주는 그 순간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.
인간이 중심이라 믿던 세계는 균열을 일으켰고, 밤하늘은 더 이상 침묵의 장막이 아니었다.

똑같은 도구였다.


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거래의 물품이었고, 갈릴레오에게는 세계관을 전복하는 열쇠였다.

역사는 늘 이 원리를 반복한다.
도구를 잘 쓰는 자가 아니라, 도구와 함께 새로운 일을 정의한 자가 시대를 열었다.

지금 우리는 AI 앞에 서 있다.

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것을 문서 요약과 코드 작성, 데이터 분석의 도구로만 바라본다.
물론 유용하다. 그러나 그 눈으로만 본다면, 우리는 AI라는 창 앞에서 커튼을 친 채 서 있는 셈이다.

AI는 도구가 아니다. 동료다.


인간이 홀로는 다다를 수 없는 깊이와 복잡성을 함께 탐험할 수 있는 존재다.
그곳에서 ‘AI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’, 곧 AI 네이티브 과제가 태어난다.

그 협업은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.


그것은 인간과 AI가 함께 길어 올리는 연합 지성,
새로운 사유의 형식, 문명의 또 다른 계절이다.

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침묵을 깨뜨렸듯,
우리 또한 AI라는 렌즈로 세계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.

 

그리고 고요히 물어야 한다.
“AI와 함께만 가능한 일은 무엇인가?”

그 물음에 끝내 답하는 자,


그가 바로 내일의 설계자다.